2019년 말 부실 펀드 1조6700억원어치를 환매 중단해 수천 명의 투자금이 물린 라임펀드가 다선 국회의원, 투자기관, 기업 등 유력 투자자에게는 다른 펀드 자금까지 끌어와 돈을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등 3개 운용사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2019년 10월 대규모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직전 일부 유력 투자자에게 미리 돈을 빼줬다. 다선 국회의원 A씨(2억원), B상장사(50억원), C중앙회(200억원) 등이다.
다선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4선인 김상희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래에셋증권 권유로 저를 포함한 전 고객이 환매한 것으로 안다”며 “수천만원 상당의 손해를 봤을 뿐 특혜 환매를 한 바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라임펀드가 투자한 5개 회사에서는 회사 임직원 등이 총 2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적발됐다. 일각에서 횡령 자금 일부가 정치 로비 등에 쓰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검사 결과가 정·관계 로비 의혹 등으로 번지면 앞서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던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횡령 자금이 다른 곳으로 흘렀을 가능성 등에 대해 검찰에 통보했다”며 “이후는 검찰 수사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은 올초부터 옵티머스 등 펀드에 대해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라임펀드가 환매 중단을 공식화하기 전 돈을 돌려받은 이들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한 다선 국회의원을 비롯한 극소수 투자자에게 돌려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삿돈 4억5000만원과 다른 펀드 자금 125억원을 끌어 썼다. 금감원은 보도자료에 이를 ‘특혜성 환매’라고 명시했다.
특혜를 받은 국회의원으로 거론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 권유에 따라 수천만원의 손해를 보면서 환매한 것”이라며 “특혜 환매를 한 바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당시 펀드 손실이 우려돼 고객들에게 환매를 권유한 것은 사실”이라며 “당시 직원은 (김 의원이) 국회의원인 줄 몰랐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이 대가를 노리고 특정 투자자에게 예외적인 환매를 해준 것인지, 혹은 누군가의 요구나 압력에 못 이겨 돈을 빼준 것인지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일이라는 의미다.
금감원은 횡령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선 횡령자금 중 많게는 수백억원이 정·관계 로비 자금 등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은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돈의 최종 용처는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할 영역”이라며 “각종 개연성을 파악해 의심되는 부분은 검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펀드와 관련해서도 횡령과 부정거래 행위 등이 추가 적발됐다. 한 공공기관 기금운용본부장은 옵티머스 펀드에 약 1060억원을 투자하면서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투자한 해외 특수목적법인(SPC) C의 자금이 부족하자 또 다른 해외 SPC D가 C의 후순위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돌려막기를 했다.
함 부원장은 이날 “특정 인사를 겨냥해 검사를 벌인 것은 아니다”며 “사건 관련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는 금감원 입장에선 관심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선한결/전범진/성상훈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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